뉴욕 마라톤 여행기 셋째날
흥분이 되서인지 걱정때문인지 3시부터 한시간 간격으로 잠이깬다.
걱정도 되겠지… 다리가 아파서 9월초에 20마일을 뛰고는 그 다음에 제대로 훈련을 못했으니… 다리가 얼마나 안 아프고 버티어줄지… 심장은 끝까지 잘 뛰어 줄지?... 다행히 섬머타임이 끝나는 밤이라 한시간을 더 쉴수 있어서 좋다.
셔틀을 타는 izod center 까지 5-10분 거리고 5시부터 택시가 계속 운행할거라 해서 5시부터 준비를 한다. 어제 사온 빵과 요플레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샤워를하고 미리 준비해둔 옷을 입고 내려가니 곧 택시가 들어온다고 한다. 보통 옐로우캡이 아니고 suv taxi인데 데려다주곤 15불이라네… 바가지 같지만 어쩔수 없지… 숄트컷을 알아서 빨리 데려다 준것도 있으니…
택시에서 내리니 시내버스들이 오늘은 마라톤을 위해 셔틀임무를 수행중이다. 5:50쯤 출발을 해서 마라톤이 시작하는 Wardworth 기지에 도착하니 6:48. 내리는데 경찰들과 군인들의 경비가 삼엄하다. 그렇다고 무서울 정도는 아니다. 기다리는 시간을 위해서 침낭을 들고 갔는데 투명한백으로 옮겨 담으라고 해서 낑낑대며 대충 옮기고 안내표지를 따라서 내가 속한 그룹의 시작점을 간다. 가는데 선수들의 짐을 마치는곳 까지 옮겨줄 UPS 트럭들이 줄지어 서있는것이 보인다. 안내판을 보니 보낼 짐을 9:20 까지 채크인 하라고 되어있고, 내가 속한 그룹은 출발시간이 10:30 이다. 바람이 많이 불고 공기가 차가와서 준비해간 침낭을 펴서 몸을 쌌는데도 반자리로 바람이 들어온다. 위에 프리스재킷까지 입고 있는데도 따뜻하지가 않다. 앉아서 기다릴 자리를 찾는데 벌써 곳곳에 사람들이 꽉 차있다. 나무옆에도 펜스옆에도 기댈수 있는곳, 평평한곳에는 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참을 돌다가 간이 화장실 뒤쪽에 빈자리를 발견하고 펜스쪽으로 기대어 자리를 잡았다. 아직 시간은 7:15. 세시간 넘게 기다려야 하는데… 처음엔 침낭을 깔고 휘둘러 덮고 있다가 아예 침낭을 만들어서 그 속으로 들어가서 누웠다. 채크인할 옷을 베게 삼아 누웠는데 졸린다. 잠깐 눈을 부치고 시계를 보니 8:10. 조금만 더 있어야지하고 머리까지 뒤집어 쓰고 또 잠이 들었는데 방송소리에 깨서 시계를 보니 9:30 인거다. 나에게 홈리스 capability가 있는지 어찌 그렇게 잘수 가 있는지...어떻게 해야 하나… 침낭 밖으로 나왔는데 옆에 빽빽히 있던 사람들도 다 어디론가 없어지고… 침낭을 뒤집어 쓰고 UPS truck 을 향해서 가는데 화장실을 쓰려는 사람들 줄로 인해서 빨리 갈수가 없다. 그냥 옷을 입고 뛰어야하나 생각을 하면서 트럭을 가니 다행히 짐을 받아준다. 10시까지 연장을 했다는데 추워서 그런것 같다.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면서 화장실을 해결하고 bagle을 하나 받아서 먹고 줄을 섰다. 한 15분을 기다리니 우리 앞에 그룹이 출발을 하고 이제 우리 그룹이 출발지점으로 들어가는데 배번을 하나 하나 확인하면서 들여보낸다. 들어가니 사람들이 옷을 벗기 시작하고, 또 벗어서 버린옷을 수거해서 donation하는 컨테이너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나는 우선 침낭을 벗어서 박스에 집어 넣었다.
10시30분. God bless America를 다음 그룹에서 뛴다는 여자분이 멋지게 부르고 대포소리와 함께 내가 속한 Blue, corral 3, a group이 출발을 한다. 출발을 하면서 햇볓이 나기 시작하기에 입고 있던 프리스재킷을 벗어 버렸다. 시작하자마자 Staten Island에서 Brooklyn으로 넘어가는 다리를 지나가는데 처음 1마일은 오르막 그 다음 다리가 끝날때 까지는 내리막이다. 다리를 오르기 시작하자 마자 재킷을 벗은게 오늘의 최대 실수 였음을 깨달았다. 바람이 숨을 못 쉴정도로 쎄게 불어서 너무 추웠다. 다리가 끝날때 까지만 입고 있었더라면… 모자가 안 날아가게 손을 누르면서 어떻게 다리를 건너갔는지 모른다. 대신 최고로 잘 한 일은 불편했지만 침낭을 들고온 일이었던것 같다. 다리를 건너고 부르클린으로 들어가면서 바람은 건물들 때문인지 조금 줄어들었고, 다리 끝에서 부터 보이기 시작한 응원을 나온 사람들은 마라톤이 끝날때까지 사람이 설수 없는 다리부분만 제외하곤 아주열광적으로 마라토너들을 응원해주었다. 부르클린 4가로 오래 오래 뛰어가니 거의 12마일 쯤 되는곳에서 우회전을 하고 아마 퀸즈에 들어가서 하프지점을 지난것 같다. 지난 산호세하프에서 포기한 경험이 없었다면 초반에 오버페이스를 했을것이고, 어쩌면 이번에도 중도 포기를 했을지 모르지만… 가능한 천천히 마일마다 음료수를 마시며 잠깐씩 걸어주고, 하프까지 무사히 지나갔다. 이제부턴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다리가 아프기전에 또 힘이 떨어지기 전에 잠깐씩 걸어줘야 하는데 언제부터 시작할까…퀸즈를 들어가서 뛰는데 눈에 익은 길이름이 보인다. Northern blvd. Queensboro bridge 로 들어가는길인데 26년전 이곳에 살때 자주 다니던 뉴욕에서 플러싱으로 연결되는 큰 길이다. 그땐 내가 마라톤이라는것을 하게 될지 또 뛰어서 이 길을 지나가게 될지 어찌 알았으리요 하는 생각을 한다. 8마일 지점에서 에너지 젤을 하나 먹었고, 하프쯤에서 관중이 주는 바나나를 반개 먹어서 힘이 들지는 않은데, 언제 다리가 아파올지 모르니 준비를 해야한다. 이제 퀸즈보로 다리를 건너서 뉴욕으로 들어가는데 다리에 느낌이 오기 시작한다. 더 늦기전에 준비한 모트린을 먹고 살살 걸으면서 상태를 보는데 약효가 있는지 더 이상 아프진 않아서 다시 뛰기를 시작한다. 이제 부턴 5분정도 뛰고 1분 걷기를 시작해야 할것 같다. 17마일을 지나는데 무릎 위에 부분 양쪽 다리 모두 쥐가 오기 시작한다. 이게 바로 두달 동안 제대로 뛰지 못한 효과로구나 생각하며 속도를 줄이고 배번에서 핀을 빼서 쥐가 나는 부분을 찔렀다. 아프지도 않다. 다시 핀을 꽂고 살살 걸으면서 뛰니까 쥐는 잡힌것 같다. 다행이다… 무식하고 용감하다 하겠지만 쥐가 났을때 푸는 방법은 이게 최고다. 계속해서 뛰다 걷다를 반복하다보니 20마일 지점이 보인다. 생각해보니 있다가 돌아갈때 내가 쓸 매트로 카드를 안가지고 와서 수민에게 챙겨오라고 택스트를 하는데, 우리 달리기 클럽 멤버께서 시간을 잘못보시고 벌써 완주 축하 메세지를 보내셨다. 짧게 막 20마일 점 통과했다고 알리고 잠깐동안 브롱스를 지나 다시 맨해탄으로 들어가서 샌트럴파크를 향해서 달린다. Finish 지점이 가까와 올수록 관중들은 더 많아진다. 이제 샌트럴파크에서 나와서 우회전을 하니 영화에 나오던 유명한 호텔들이 보이고 다시 우회전을 해서 샌트럴파크로 들어가는데 곧 26마일 지점이 나오고 마지막 남은 힘을다해서 finish 지점을 통과한다. 이로서 나의 마라톤은 끝이 났다. 비록 처음 세운 기록달성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무사히 완주도 했고 finisher medal도 목에 걸었다. 그리고 나의 마지막 마라톤이 세계 최대의 마라톤이고, 6대 메이져 마라톤이 됨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뛰어보니 왜 뉴욕마라톤 뉴욕마라톤 하는지를 알수 있겠다. 제일 질서있게 운영되고, 관중의 응원이 제일 좋았고, 락앤롤보다 더 많은 밴드가 있었고 그래서 지루하지 않았고, 세계 신기록 보유자들과 함께 할 수 있었기에, 그리고 다른곳이 아닌 뉴욕에서 였기에 인생에 한번일지도 모르는 이 뉴욕 마라톤의 기회가 나에겐 소중했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