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함께 살기

camasrunner 2008. 11. 13. 09:06
함께 살기

시절 때문일까요.
오래 전 한모임에 참석했다가 들었던 이야기가 문득 생각납니다.
몸이 불편한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다리를 쓰지 못하는 사람과 앞을 볼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구걸을 하며 살아가던 두 사람이 어느 날 우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각자의 어려운 처지를 이야기하며 서로 위로하던
두 사람이 참 좋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로 힘을 합해 살아가기로 한 것입니다.
앞을 못 보는 사람은 다리를 못 쓰는 사람의 다리가 되어주기로 했고,
다리를 못 쓰는 사람은 앞을 못 보는 사람의 눈이 되어주기로 했습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다리를 쓰지 못하는 사람을 등에 업었습니다.
그리고는 그가 지시하는 대로 걸어갔지요.
서로의 눈이 되어주고 발이 되어주니 혼자 살 때의 불편함이 사라졌습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도 두 사람의 모습에 감동하여 전보다 더 많은 것으로
그들을 격려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많은 것들을 얻게 되자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눈이 되어준 친구가 다리가 되어준 친구를 속이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날마다 번 돈의 절반씩을 공평하게 나누어 가지던 것을 자기가 더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을 알 수 없는 앞을 못 보는 친구는 그저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었지요.

한 번 그런 일이 시작되자 앞을 못 보는 친구에게 돌아가는 것은 점점 적어졌습니다.
친구를 속이고 더 많은 것을 챙기기 시작한 친구는 기름진 음식을 먹음으로 몸이 비대해져갔고,
그를 등에 업고 다녀야 하는 친구는 제대로 먹지 못해 점점 야위어 갔습니다.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습니다.
마침 그날은 강 건너 마을로 구걸을 떠나는 날이었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강을 건너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강 한 복판에 이르렀을 때
친구를 등에 업고 가던 친구가 비틀거리다가 얼음 위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너무 비대한 친구를 업고 얼음을 걷다 그만 힘에 부쳐 쓰러지고 만 것이었습니다.

등에 업혔던 친구가 소리를 치며 어서 다시 업어달라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앞을 못 보는 친구는 자기 몸 하나 가눌 힘도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두 사람은 얼음 위에서 얼어 죽고 말았다고 합니다.

짧은 이야기지만 이야기 속의 장면이 눈에 선합니다.
서로를 도와 한 사람을 등에 업고 둘이서 하나처럼 살아가던 모습도 눈에 선하고,
친구를 속이기 시작하며 한 사람은 비대해져 가고 한 사람은 야위어 가는 모습도 선하고,
결국은 얼음 위에 쓰러져 죽어가던 두 사람의 모습도 선하게 떠오릅니다.

작대기를 서로 받쳐놓은 듯한 모양의 ‘사람 인’(人)이라는 글자는 서로가 서로를 받쳐줄 때
비로소 설 수 있는 것이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어느 것 하나가 빠지면 모두 설 수가 없으니 말이지요.
함께 사는 것은 아름답고도 소중한 일이지만 소중한 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 주변을 둘러볼 때 우리는 점점 함께 사는 법을 잃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혼자 살려고 하는 것은 결국은 나도 무너지는 일입니다.
우리 마을에서부터 국가 정책에 이르기까지 함께 사는 소중함이 회복되기를 기대합니다.
출처 : 마라톤 이론
글쓴이 : 짚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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